주방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거나 칼질할 때 손목에 전해지는 부드러운 느낌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나무 도마나 나무 뒤집개, 숟가락 같은 조리도구를 몇 개씩은 가지고 계실 겁니다. 저 역시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아 큰맘 먹고 고급 원목 도마를 들여 주방 한편에 올려두었을 때의 뿌듯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플라스틱 도마를 쓸 때보다 요리하는 맛도 나고 주방 분위기도 한층 살아나는 기분이 들지요.
하지만 나무 소재의 주방용품은 관리가 조금이라도 소홀해지면 금세 주방의 시한폭탄으로 변하곤 합니다. 칼질 몇 번에 깊은 칼자국이 파이고, 그 틈으로 요리하며 나온 국물이나 수분이 스며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곰팡이의 온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관리가 잘 안 된 나무 도마를 무심코 코에 가져다 댔다가 쿰쿰한 냄새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독한 화학 살균제를 쓰자니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만드는 곳이라 찝찝하고, 그냥 물로만 씻자니 세균이 걱정되는 분들을 위해 안전하게 오래 쓰는 나무 도마 코팅 및 소독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나무 조리도구에 수분이 쥐약인 이유
나무는 기본적으로 미세한 숨구멍을 가지고 있는 유기물입니다. 살아있는 나무일 때처럼 습기를 머금고 내뱉는 성질이 그대로 남아있지요. 문제는 우리가 주방에서 세제를 쓰고 물로 씻는 과정에서 나무가 수분을 과도하게 흡수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칼자국이 난 틈새로 들어간 수분은 쉽게 마르지 않고 갇히게 됩니다.
여기에 음식물의 단백질이나 전분 찌꺼기가 결합하면 세균이 번식하기 가장 좋은 고온다습한 환경이 완성됩니다. 제대로 건조되지 않은 나무 도마를 밀폐된 싱크대 하부장에 넣어두거나 바닥에 눕혀서 말리면 며칠 안 가 검은색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나무 관리의 핵심은 '물이 나무 내부로 스며들지 못하도록 장벽을 치는 것'과 '사용한 후에는 완벽하게 살균 건조하는 것'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올바른 나무 도마 오일 코팅(시즈닝) 단계
나무 표면에 방수 벽을 만들어주는 과정을 '시즈닝' 혹은 '오일 코팅'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해주면 나무가 갈라지거나 뒤틀리는 것을 막고 수분 침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첫째, 코팅에 사용할 올바른 오일을 선택해야 합니다.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주방에 있는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유를 바르는 것입니다. 이 오일들은 식물성 수성 오일(불건성유)이라 시간이 지나면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썩으면서 산패됩니다. 결국 도마에서 고약한 찌든 기름 냄새가 나고 위생에도 나쁜 영향을 줍니다. 코팅용으로는 산패 우려가 없는 '도마 전용 미네랄 오일(유기농 포도씨유나 호두오일도 대체 가능하지만 전용 오일을 가장 권장합니다)'을 사용해야 합니다.
둘째, 도마를 완전히 건조한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물기가 남아있으면 오일이 겉돌게 됩니다. 마른 나무 표면에 오일을 넉넉히 떨어뜨리고, 깨끗한 천이나 키친타월을 이용해 나무 결을 따라 골고루 펴 발라줍니다. 윗면뿐만 아니라 옆면과 뒷면까지 꼼꼼하게 도포해야 나무가 비틀어지지 않습니다.
셋째, 오일을 바른 상태로 최소 12시간에서 하루 정도 그대로 두어 오일이 나무 숨구멍 깊숙이 스며들도록 기다립니다. 다음 날 표면에 흡수되지 못하고 겉도는 잔여 오일을 마른 타월로 가볍게 닦아내면 끝납니다. 이 과정을 처음 샀을 때 2~3회 반복해 주면 겉면에 얇은 코팅막이 형성되어 물방울을 튕겨내는 탄탄한 도마가 됩니다.
독한 세제 없는 주방 속 천연 소독 루틴
아무리 코팅을 잘 해두었어도 매일 고기나 생선, 채소를 썰다 보면 표면이 오염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주방세제를 듬뿍 묻혀 수수미로 박박 닦으면 코팅막이 다 벗겨지고 세제 성분이 나무 안으로 흡수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흐르는 미지근한 물에 부드러운 수수미로 가볍게 씻어내는 것이 좋고, 주기적으로 천연 재료를 이용해 살균을 해주어야 합니다.
냄새가 배거나 살균이 필요할 때는 굵은 소금과 식초수를 활용해 보세요. 도마 표면에 굵은 소금을 적당히 뿌린 뒤, 반으로 자른 레몬이나 깨끗한 행주로 소금을 굴리며 부드럽게 문질러줍니다. 소금의 거친 입자가 칼자국 틈새의 미세한 이물질을 긁어내고, 소금 자체의 삼투압 현상으로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 후 미지근한 물로 소금기를 완전히 헹궈내고, 마무리로 식초와 물을 1:1로 섞은 식초수를 분무기로 칙칙 뿌려줍니다. 식초의 산성 성분이 남아있는 잡균을 잡고 퀴퀴한 냄새를 중화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건조입니다. 햇볕이 너무 강한 곳에 두면 나무가 쪼개질 수 있으므로,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진 곳에 도마 거치대를 활용해 세워서 바짝 말려주어야 합니다.
나무 조리도구를 쓰는 것은 조금 번거롭지만, 그만큼 주방에 따뜻한 생기를 불어넣고 요리의 질을 높여주는 가치 있는 일입니다. 잘못된 오일 선택으로 도마를 망치거나, 물기를 방치해 곰팡이를 키우는 실수만 피한다면 대를 이어 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살림의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주방의 나무 도구들을 모두 꺼내어 뽀송하게 말리고 오일 옷을 입혀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3줄 핵심 요약
나무 도마와 조리도구는 수분이 칼자국 틈으로 스며들면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매우 쉽습니다.
참기름이나 올리브유는 산패되어 썩은 냄새가 나므로, 반드시 도마 전용 미네랄 오일이나 호두오일로 코팅해야 합니다.
주방세제 대신 굵은 소금으로 문질러 이물질을 빼내고, 식초수를 뿌린 뒤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세워서 건조합니다.
다음 편 예고: 배수구 초파리 알까지 박멸하는 과탄산소다 안전 사용 매뉴얼을 소개해 드립니다.
댓글 유도 질문: 집에서 사용하시는 나무 도마에 혹시 거뭇한 얼룩이나 원인 모를 냄새가 나진 않으시나요? 관리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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